부산 대우 로얄즈, 포항 스틸러스 소속 프로 축구 선수로 활동
당시 유일한 대학생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골 넣기도
감독 역할 맡으며 원두재, 주민규 등 다양한 프로선수 배출하기도

1990년대 대학축구의 열기는 대단했다. 신문 스포츠면에는 대학축구 소식이 가장 크게 실렸다. 이런 대학축구 전성기에 활동한 정재권(체육학과 89) 씨는 성공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19세 대표팀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대학생 신분으로 유일하게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했다. 선수 생활을 마치고 중학교 코치부터 대학 감독까지의 지도자 길을 밟아온 정 씨를 만났다.

 

▲ 정재권(체육학과 89, 왼쪽) 씨는 중고기업은행 축구단을 거쳐 부산 대우 로얄즈, 포항 스틸러스에서 선수 생활을 보낸 후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 박은지 기자 

‘K리그 르네상스’ 당시 안정환과 합작 골 넣기도…

누구보다 넘치는 에너지를 갖고 있던 정 씨. '에너지를 방출하기 위함'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축구를 시작했다. 11살 때 아버지를 따라 부산으로 이사를 간 정 씨는 천방지축 성격 탓에 학교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성격이 천진난만해서 아버지의 권유로 축구부에 입부했다”며 “아버지가 축구부에서 에너지를 쏟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시작했는데, 볼을 따라 움직이는 게 적성에 맞아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축구는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빠른 발과 측면을 휘젓는 능력을 지닌 그는 ‘쌕쌕이(제트기의 속된 말로 제트기만큼 빠르다는 뜻)’로 불리며 K-축구를 흔들어 놨다. 대학생 신분으로 출전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에서는 첫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1993년 중소기업은행 축구단을 거쳐 1994년 부산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 이하 부산)에 입단했다.

 

▲ 정 씨는 포르투갈 세투발에 위치한 비토리아 FC에서 활동하기도 했었다. ⓒ 박은지 기자 

1998년에는 포르투갈 세투발에 위치한 비토리아 FC에 임대를 갔다. 현재 김민재 씨, 손흥민 씨, 황희찬 씨 등 다양한 한국 선수가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정 씨가 선수로 생활했을 당시에는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가 매우 적었다. 유럽 생활에 대해 정 씨는 “당시 세투발의 동양인은 나와 가족이 전부였는데 다정하게 대해주는 팬들이 많아서 재밌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포르투갈 리그는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전 세계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선수들 모두가 더 큰 리그에 가기 위해 뛰었고, 나도 절실하게 뛰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1999년 한국으로 돌아온 정 씨는 후배인 안정환 씨와 함께 부산 대우 로얄즈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는 “당시 경기를 보러 3만 명 정도가 찾아올 정도로 리그 호응이 좋았다”며 “후배인 안정환 씨랑 필드에서 같이 뛰며, 합작 골을 넣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전혀 생각하지 않던 지도자의 길로 들어오다

▲ 정 씨는 한양대 축구부에서 코치로 6년, 감독으로 9년간 활동하며 15년째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 박은지 기자 

성공적인 선수 커리어를 가지고, 한양대 지도자로 온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도자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포항 스틸러스에서 활동하다 잠깐 운동을 쉬었는데 그때 동의대 지도자 코치 제의가 왔어요. 동의대 코치, 동래중 감독을 거쳐서 한양대 코치로 부임했죠. 한양대에서 지도자를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 모교잖아요.

본격적으로 지도자를 준비하지 않았기에 힘든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쉬운 직업이 아니었죠. 선수로 활동할 때는 저와 선수들만 보면 되는데, 지도자는 팀은 물론이고 주변까지 모두가 어울리게 만들어야 하는 직업이에요. 당시 한양대 축구부를 이끄시던 신현호(체육 73) 감독님 밑에서 전술, 선수 관리 등 감독이 해야 할 업무를 6년 동안 배웠고, 그 덕에 현재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축구는 감독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감독님은 어떤 가치로 팀을 이끄시나요.

저는 개인보다는 팀이 우선이 되길 바라요. 팀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어울려주길 바랍니다. 또, 제가 항상 얘기하는 세 가지가 있어요. 공을 간단하게 차는 것, 역동적인 축구를 하는 것, 강한 정신력인데요. 이 세 가지가 공을 차는 기본 골자가 되어야지 유기적으로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윤여름(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 가운데) 씨는 한양대 최초로 일반 학과 학생이 축구부에 입부한 사례다. 교양 축구 수업에서 정 씨의 눈에 띄었고, 그후 축구부에서 활동하며 여러 활약을 하고 있다.  ⓒ 박은지 기자 

감독님은 원두재(생활스포츠학부 16), 주민규(체육학과 09) 선수 등 현재 K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선수들을 배출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를 꼽는다면요.

원두재, 주민규도 대단했지만, 전남 드래곤즈에 소속돼 있는 김현욱(생활스포츠학부 14) 선수를 말하고 싶어요. 160cm의 작은 신장을 가졌지만, 축구에 대한 이해력과 지능이 대단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신장 때문에 모두가 외면했다고 하더라고요. 4년 동안 한양대 축구부가 원하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갔어요. 이외에도 이번에 아시안컵 대표팀에 합류한 김경환(생활스포츠학부 1) 선수 등 현재 한양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의 잠재력도 대단합니다.

대학 리그도 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 목표가 있다면요.

선수들한테 항상 얘기하는 것인데요. 리그 시즌 초의 모습보다 더 나아져 있고, 달라져 있는 본인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시즌의 끝에 발전한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팀과 선수 모두에게 다음 시즌을 위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 한양대 축구부는 지난달 태백에서 열린 '제58회 추계연맹전'에서 동메달을 얻었다. 올해 전반기 U리그에서 한양대는 7전 6승 1패를 기록했다. ⓒ 박은지 기자 

본인에게 축구란 무엇인가요.

축구는 제 인생이고, 희로애락이에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축구를 하다 보면 어떨 땐 아프고, 또 어떨 땐 슬퍼요. 제가 울고 있기도 하고, 경쟁자가 울고 있기도 하고요. 축구는 우리의 인생처럼 얽혀 돌아간답니다. 아직도 저는 축구가 어렵네요. 

마지막으로 한양대 축구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해요. 무조건 빨리 간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가는 게 좋은 것이죠. 정확하게 가려고 하다 보면 실수 확률을 많이 낮출 수 있어요. 앞만 보지 말고 좀 더 멀리 보면서 갔으면 좋겠어요. 어리석은 토끼보다는 지혜로운 거북이처럼요. 꾸준히 노력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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