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검사, 국내 미제 사건의 용의자 수색에 크게 기여해
PCR을 통한 STR 분석은 99.999%의 높은 정확도를 보여

▲ 최성용 전기·생체공학부 교수
▲ 최성용 전기·생체공학부 교수

21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대전 국민은행 강도 살인사건’의 용의자 2명이 지난달 경찰에 구속됐다. 2001년 12월 21일, 이들은 대전 국민은행 둔산점 지하 주차장에서 3억 원이 든 가방을 훔쳐 달아났으며 도주 과정에서 총기를 사용해 은행원 1명을 숨지게 했다. 직접적인 증거 미확보와 진술 번복 등의 이유로 미제 사건으로 남았으나 경찰의 DNA(Deoxyribo Nucleic Acid) 수사를 통해 용의자가 특정됐다.

이 밖에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의 용의자도 DNA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처럼 DNA 검사 기술은 나날이 진화하며 과학 수사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DNA 수사의 원리와 방법, 발전 방향성에 관해 최성용 전기·생체공학부 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과학수사의 새로운 지평, DNA 검사의 원리

DNA는 이중나선 구조를 가진 핵산의 일종으로 나선을 따라 핵 염기인 아데닌(A), 티민(T), 사이토신(C), 구아닌(G)이 연결돼 있다. 핵 염기의 배열을 염기서열이라고 부르며 이 염기서열은 우리 몸의 유전형질을 결정하는 다양한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짧은 연쇄 반복(Short Tandem Repeat)’(이하 STR)은 유전체의 비암호화 영역에 존재하며 2~7 base의 염기서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갖는다. STR은 개인마다 핵심 반복 단위의 반복 수가 다르고 고유한 값을 갖기에 범죄 수사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핵산의 또 다른 종류인 RNA(Ribo Nucleic Acid)는 DNA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고 역전사 효소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범죄 수사에 잘 활용되지 않는다.

 

▲ STR은 2~7개 정도의 염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ACTG, GATA 등의 염기서열이 반복되며 개인마다 STR의 반복 회수는 다르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 STR은 2~7개 정도의 염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ACTG, GATA 등의 염기서열이 반복되며 개인마다 STR의 반복 회수는 다르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범죄 현장에서 얻는 시료에서 추출하는 DNA는 극소량이며 훼손·혼합돼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기법’을 활용해 DNA를 증폭하고 검출 민감도를 높이는 시료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PCR은 DNA 중합효소를 이용해 DNA를 증폭하는 기술로 소량의 DNA로도 많은 양을 증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범죄 현장의 혈액, 머리카락 등에서 추출한 DNA 중 STR 부위를 PCR을 통해 증폭 및 분석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다. PCR 외에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인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법’을 STR 분석에 적용할 수도 있다. NGS는 PCR과 달리 염기서열의 순서까지 파악할 수 있어 자세한 정보의 증폭이 가능한 장점이 있으나 검사 기간과 비용 측면에서의 단점이 있다.

DNA 검사는 99.999%로 매우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이는 DNA 염기인 A와 T, G와 C 염기 간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성질인 ‘결합 특이도’ 때문이다. PCR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짧은 DNA 서열인 ‘프라이머’가 필요하며 이는 원활한 증폭을 위해 DNA 서열 중 일부와 상보적인 서열을 갖도록 설계됐다. 프라이머 서열의 특이도에 따라 DNA 검사의 정확도가 크게 좌우된다. 최 교수는 “DNA 분석에 이용되는 STR 분석 마커 개수가 20개 이상으로 늘었기에 DNA를 더 세밀하게 볼 수 있어 정확도가 매우 높다”고 답했다.

 

▲ 현장에서 추출된 DNA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분석된다. DNA 검사는 친자를 제외하고는 99.999%의 높은 정확도를 보이기에 범죄 수사에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
▲ 현장에서 추출된 DNA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분석된다. DNA 검사는 친자를 제외하고는 99.999%의 높은 정확도를 보이기에 범죄 수사에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

DNA 검사의 역사와 미래

과학수사의 역사에서 DNA 검사를 사용한 첫 시도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영국의 알렉 제프리(Alec Jeffreys) 교수는 DNA 서열분석 결과를 분석해 염기서열의 차이점으로 개개인을 구분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DNA 지문의 기본원리를 제안했다. 이후 영국에서 발생한 두 건의 강간살인 범죄 해결에 제프리 교수가 제안한 DNA 감식 기술을 적용하고자 5,500여 명의 DNA를 검사했으며, 이는 DNA 수사의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국내에서는 1989년에 DNA 수사기법이 도입됐으나 당시에는 DNA 수사가 보편적이지 않았으며 기술 연구 역시 초기 단계에 그쳤기에 DNA 정보 분석 자체가 어려웠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수사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1990년대 후반부터는 DNA 수사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극소량인 1ng(나노그램, 10억분의 1g)의 DNA도 감정할 수 있다. 또한, 사건 현장의 혈액, 살점, 머리카락 등에서 채취한 DNA의 정보를 디지털화해 DNA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하고 있다. 장기간 축적된 DNA 데이터베이스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이춘재를 검거하는 데 사용되는 등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34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역시 DNA 검사를 통해 검거됐다. DNA 유전 정보는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되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범인 검거에 사용할 수 있다. ⓒ JTBC
▲ 34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역시 DNA 검사를 통해 검거됐다. DNA 유전 정보는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되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범인 검거에 사용할 수 있다. ⓒ JTBC

DNA 분석 시간 역시 점차 빨라지는 추세이다. 경찰은 휴대용 DNA 분석기를 도입해 평균 2주가 걸리던 분석 기간을 90분으로 단축해 긴급 사건의 DNA 감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DNA 증거 발견율을 높이고자 혈흔을 탐지할 수 있는 새로운 루미놀 시약인 ‘블러드 플레어(Blood Flare)’를 개발했다. 블러드 플레어는 1만 배로 희석한 혈흔까지 찾아내는 고성능 시약으로 저렴한 가격과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DNA로 용의자의 연령, 외형 등을 추정할 수 있고 범죄 현장에 흩어진 DNA를 검출할 수 있는 ‘DNA 생체시료 시각화 기법’을 연구·개발 중이다.

유전자 수사와 DNA 검사 기법은 향후 어떻게 발전할까. DNA 검사 기법의 발전은 범죄 수사 외에도 여러 가지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친자 확인, 사고 현장에서 심하게 훼손된 시신의 유전자 확인, 질병 및 바이러스 감염 여부 진단 등에 DNA 검사 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이제는 STR 패턴을 분석하는 것에서 벗어나 NGS를 법의학 분야에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STR뿐만 아니라 SNP, 미토콘드리아 DNA 등 다양한 DNA 마커를 범죄 수사에 활용해 손상 및 혼합된 시료로부터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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