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의공학과 장동표 교수

장동표 교수 공동연구팀이 뇌 심부에 삽입해 신경화학 정보를 측정한 뒤 저절로 녹아 없어지는 전자 의료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향후 신경전달물질과 관련한 뇌 질환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논문은 세계적으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IF: 30.849)’의 4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글. 박영임 | 사진. 손초원

▲ 생체의공학과 장동표 교수
▲ 생체의공학과 장동표 교수

■도파민 측정 후 자연 생분해

뇌 안의 신경세포가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도파민은 동기부여, 쾌락, 성취감 등 의욕을 높이는 감정에 관여해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과다 분출되거나 부족한 경우 각종 질환과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우리 몸의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 도파민의 농도가 부족해지면 손 떨림, 보행장애 등을 겪는 퇴행성 뇌 질환의 일종인 파킨슨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동안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측정 기술을 연구해 온 장동표 교수는 공동연구팀과 함께 뇌 심부에 삽입해 실시간으로 도파민의 농도를 측정한 뒤 30여 일 후 스스로 생분해되는 전자 의료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동안 뇌의 전기적 신호를 측정하는 기술은 많았으나 화학적 신호를 측정하는 유연한 소재의 전자회로는 없었죠. 부드러운 형태로 신체 안에 삽입해 장기에 부착하기 용이할 뿐 아니라, 생분해 성분이라 체내 대사 과정에 의해 저절로 녹아 흡수되는 점이 특장점입니다. 이러한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제학술지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습니다.”

공동연구팀은 뇌 속 도파민의 실시간 농도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금속성 2차원 촉매인 ‘전이금속 칼코게나이드’라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이는 이황화몰리브데넘(MoS2)과 이황화텅스텐(WS2)을 이용해 높은 표면 음전위와 뛰어난 화학 반응성으로 체내 도파민 분자를 효과적으로 전기신호로 변환해준다. 또한 대사 과정에 의해 분해되는 특성이 있어 측정 후 이를 제거하기 위해 추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연구진은 2차원 촉매와 나노박막 실리콘을 결합해 제작한 센서 시스템을 생쥐의 뇌에 삽입해 도파민의 실시간 농도 변화를 4주 이상 무선으로 모니터링하고, 뇌 활동과 관련된 pH/온도 변화, 전기신호를 동시에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4년간의 공동연구 끝에 성공

도파민은 특정 조건에서 산화환원반응으로 도파민퀴논으로 바뀌는데 이때 전자를 잃어 전류가 변한다. 이러한 전류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도파민의 변화도 측정할 수 있다. 장동표 교수는 그동안 뇌 심부에 전기자극을 가해 전류의 변화를 측정하는 전극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신소재를 활용해 화학적으로 산화환원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고려대학교 KU-KIST 융합대학원의 황석원 교수를 만난 덕분이다.

“평소 동물실험을 하며 일정 기간 측정한 후에 생체 내에서 자연분해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4년 전 생체재료학회에서 생분해성 생체 삽입형 전자소자를 개발하는 황석원 교수님을 만났죠. 공동연구를 제안해 함께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주로 신경 조절 및 이해를 통해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그동안 병원 연구팀과 다수의 공동연구를 진행해왔지만, 재료공학 연구자와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신소재 물질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담당한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환유 쳉(Huanyu Cheng) 교수, 개발된 전극의 생체 적합성을 평가한 KIST 정영미 박사 등이 합류한 대규모 공동연구였다.

“다양한 전문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공동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의공학 분야는 혼자의 힘으로는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워 대부분 공동연구 형식이죠.

공동연구의 시너지를 높이려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데 특히 개인적인 연구 욕심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뇌 심부에 삽입할 수 있는 전자소자 개발을 완료한 것은 3년 전이었다. 개발한 전자소자로 비커 실험을 실시하면 문제없이 측정이 잘 되는데, 동물실험을 통해 실제 뇌 속에 삽입하면 번번이 실패했다. 의공학 분야에서는 생체 내 예기치 못한 변수에 부딪혀 연구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의공학 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그 원인을 찾는 데만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다 보니 중간에 연구를 포기하려던 순간도 있었다.

“한가지 연구를 이렇게 4년이나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참 답답한 상황이었죠. 그래도 연구의 활용 가치를 생각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 장동표 교수는 공동연구팀과 함께 뇌 심부에 삽입해 실시간으로 도파민의 농도를 측정한 뒤 30여 일 후 스스로 생분해되는 전자 의료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미지는 장동표 교수가 이끄는 ‘신경 공학 및 변조 연구실(NEMO Lab)’ 모습.
▲ 장동표 교수는 공동연구팀과 함께 뇌 심부에 삽입해 실시간으로 도파민의 농도를 측정한 뒤 30여 일 후 스스로 생분해되는 전자 의료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미지는 장동표 교수가 이끄는 ‘신경 공학 및 변조 연구실(NEMO Lab)’ 모습.

■미국 메이요병원과 사업화도 추진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도파민을 측정하는 전극의 크기와 모양이 문제라는 것을 알아냈다. 크기를 줄이고 뇌 심부에 잘 삽입되도록 창 모양으로 바꾸자 움직이는 상태에서도 도파민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약물 주입 후 신체 반응이나 뇌졸중 수술 후 회복과정을 모니터링하며 치료 효과를 높이는 등 다양한 분야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향후 세로토닌 등 다른 신경전달물질도 측정해 다양한 뇌 질환 연구 및 치료로 확장하고, 심장이나 신장 등 다른 기관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공학자로서 실제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인 장동표 교수는 2010년부터 미국 메이요병원 연구팀과 뇌 신경 전달물질 측정 기술도 연구해왔다. 당시에는 이른바 ‘오바마 두뇌연구 프로젝트(BRAIN initiative)’의 일환으로, 미국국립보건원이 추진하는 6개 최우선 연구과제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속적으로 과제를 수주한 덕분에 연구를 발전시켜 왔다. 앞으로도 장기간 연구를 이어 나가야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사업화를 앞두고 있다.

“메이요병원과 뇌에 전극을 이식하고 신경을 자극해 조절하는 심부뇌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폐루프 신경조절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3년 전에 설립한 의료기기 스타트업에 특허 및 기술이전을 완료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자 투자를 유치하는 중이죠. 향후 한국에도 지사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2016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라는 뇌 연구 스타트업은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고 이를 통해 뇌에서 발생하는 생체신호를 측정, 해독해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뉴럴링크나 뇌 속에 전자 시스템을 이식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장동표 교수도 뇌의 활동 변화를 측정하는 ‘뉴로툴(Neuro-Tool)’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연구에 정진하고 있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2년 여름호(통권 262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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