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회, 한양에서 보는 두 번째 세상
펜데믹으로 인한 언택트 문화에 힘입어 키오스크 운영 대수 급증
'키오스크 스트레스' 증가...디지털 소외계층까지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대책 필요

김지원(사학과 3) 씨는 오랜 군 휴학을 마치고 3년 만에 캠퍼스에 돌아왔다. 펜데믹(Pandemic;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으로 인해 복학 후에도 계속 비대면 수업을 들었던 김 씨는 지난 학기 대면 수업 수강을 위해 오랜만에 학교에 방문한 후 당황스러운 일들을 겪었다. 눈에 띄게 늘어난 키오스크(Kiosk) 때문이었다. 김 씨는 “복학 초반에는 학교 내 어떤 가게가 키오스크 운영으로 바뀌었는지 몰랐었다”며 “휴학 전에 하던 대로 구두로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하려 했다가 부끄럼을 당한 일들이 종종 있었다”고 답했다. 

 

키오스크의 대중화, 그 이유는?

키오스크는 주로 정보서비스나 업무의 무인, 자동화로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설치한 무인 단말기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의하면, 국내에서 운영 중인 키오스크는 2019년 189,951대에서 2021년 210,033대로 3년 만에 약 2만 대나 증가했다. 특히 요식업 분야에서는 3년 전 5,479대였던 키오스크가 지난해 21,335대로 약 4.1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류의 원인으로 ICT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펜데믹을 꼽는다. 펜데믹으로 인해 언택트(untact) 서비스 환경으로의 움직임이 가속화된 것이 그 이유다.

 

▲ 한양 플라자 2층 '홈즈'에 설치된 키오스크의 모습. 펜데믹 이후에 교내 곳곳에도 키오스크가 증가했다. ⓒ 한수연 기자

 

펜데믹과 언택트 사회, 키오스크의 필요성

지난 2년간 비단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전 세계는 펜데믹으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비대면 문화의 확산이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상 사람 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산업군에서 다방면으로 새로운 소통 방식을 강구해왔고 그 결과 비대면 소통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김 씨는 “비말로 쉽게 감염되는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막기 위함이라면 키오스크의 대중화를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면대면으로 많은 사람과 대화해야 하는 요식업계나 서비스업 분야의 경우 펜데믹 이후 키오스크의 증가가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 펜데믹으로 인해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며 비대면 소통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 freepik
▲ 펜데믹으로 인해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며 비대면 소통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 freepik

 

늘어나는 키오스크, 고려 받지 못한 디지털 소외계층

한편 키오스크의 대중화는 고령층,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를 증가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발행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국내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정보접근성 현황조사’에 따르면, 현재 설치된 키오스크의 평균 접근성 정도는 64.5%다. 접근성은 디스플레이 인식의 용이성, 작동부 높이, 대체 텍스트 제공과 같이 정부의 공공 단말기 접근성 가이드라인 준수율을 측정한 결과다. 여러 산업군 중 음식점, 카페, 패스트푸드점은 61.2%의 준수율을 보이며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띠고 있다.

노인들도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0년 9월 전자상거래 및 키오스크와 같은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살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81.6%에 달했지만 그중 상당수는 이용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러한 불편함은 디지털 소외계층 이외의 집단에서도 인식할 정도였다. 김 씨는 “한양 플라자나 각 단과대학 건물에 입점한 가게들도 키오스크 운영으로 바뀌며 당황했던 적이 있다”며 “쿠폰 적립 방식이 변화했거나 결제 방식이 생소해 곤란했던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이렇듯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 세대에서도 일명 ‘키오스크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사회를 위한 움직임

현재 장애인, 노약자의 키오스크 접근성을 보장하는 지능정보화기본법이 존재하지만, 국가기관에만 의무가 부여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소외되는 계층 없이 모두가 편리함으로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 교내 학생회관에 부착된 안내판.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위한 정책 마련과 기업의 노력이 여러 측면에서 시행되고 있다. ⓒ 한수연 기자
▲ 교내 학생회관에 부착된 안내판.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위한 정책 마련과 기업의 노력이 여러 측면에서 시행되고 있다. ⓒ 한수연 기자

키오스크를 설치할 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내년 1월 28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법이 시행되면 점주들은 점포 내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연말까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화 대상 등을 포함한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배리어프리란 장벽을 뜻하는 'Barrier'와 자유로움을 뜻하는 'Free'가 더해진 합성어다. 장애인이나 고령자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개념이다.

민간에서도 다양한 노력이 시행되고 있다. 소셜 벤처 ‘닷’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출시했다. 기존 키오스크에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을 위한 키패드, 촉각 디스플레이 및 음성 지원 등과 같은 보조 공학 기술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센서로 어린이나 휠체어 사용자의 눈높이를 인식해 자동으로 높낮이가 조절되기도 한다. 해당 키오스크는 박물관, 관공서, 지하철에 납품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오스트리아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닷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올해 ‘한국유니버설디자인’ 제품 부문 대상을 받았다.

 

▲ 소셜 벤처 '닷'에서 개발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해당 제품은 박물관, 관공서, 지하철 등 다양한 기관에 납품되고 있다. ⓒ 닷
▲ 소셜 벤처 '닷'에서 개발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해당 제품은 박물관, 관공서, 지하철 등 다양한 기관에 납품되고 있다. ⓒ 닷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개개인의 관심 역시 중요하다. 여러 사람의 관심과 생각이 모일 때 사회 변화를 위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계층이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데 문제를 겪지 않도록 여러 정책 시행과 민간 기업의 노력과 함께, 배리어프리 사회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더해졌을 때 모두가 웃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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